제주 오름 입문 — 368개의 작은 화산, 처음이라면 어디부터
제주 오름이 무엇이고 왜 368개나 되는지, 초보자가 처음 오르기 좋은 아부오름·새별오름까지. 오름의 정의와 모양, 준비물을 연구소의 시선으로 정리했습니다.
제주를 두세 번 다녀온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다음엔 오름에 올라 보고 싶다.’ 해안도로와 카페가 제주의 첫인상이라면, 오름은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 제주의 표정입니다. 그런데 막상 검색해 보면 이름이 수백 개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이 글은 오름이 대체 무엇이고 왜 그렇게 많은지, 그리고 처음이라면 어느 오름부터 밟는 게 좋은지를 정리한 입문 안내입니다.
오름이란 무엇인가 — 화산섬이 남긴 작은 봉우리들
‘오름’은 산이나 봉우리를 뜻하는 제주어입니다. 지질학 용어로 옮기면 한라산이라는 큰 화산의 곁에서 따로 분출해 생긴 작은 화산, 즉 기생화산(측화산)에 해당합니다. 제주도가 1997년 정리한 오름 종합보고서는 오름을 ‘분화구를 갖고 있고,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졌으며, 화산구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정의하며 그 수를 368개로 집계했습니다. 이 숫자는 자료마다 조금씩 다르게 인용되기도 하니, 정확한 개수보다는 ‘섬 하나에 수백 개’라는 규모로 이해하는 편이 좋습니다.
오름은 대체로 해안이 아니라 한라산 기슭의 중산간 지대에 몰려 있습니다. 행정구역으로 나누면 제주시 권역에 210곳, 서귀포시 권역에 158곳가량이 분포합니다. 오름 정상에 팬 그릇 모양의 웅덩이를 제주에서는 ‘굼부리’라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옛 분화구의 흔적입니다.
왜 이렇게 많을까 — 분출 방식이 남긴 지형
오름이 수백 개나 되는 이유는 제주 화산 활동의 성격에 있습니다. 오름 대부분은 현무암질 스코리아(붉은빛이 도는 화산 자갈)가 쌓여 만들어진 분석구입니다. 마그마가 가스와 함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스트롬볼리식 분화가 일어나면, 튀어나온 스코리아가 분출구 둘레에 원뿔처럼 쌓여 봉우리가 됩니다. 이런 소규모 분화가 섬 곳곳에서 반복되면서 크고 작은 봉우리가 점점이 남은 것이 오늘날의 오름 풍경입니다.
모양으로 읽는 오름 — 말굽형·원추형·원형·복합형
오름은 겉모습에 따라 크게 네 가지로 나뉩니다. 한쪽이 트여 말발굽처럼 생긴 말굽형이 약 174곳으로 가장 많고, 봉긋한 원뿔 모양의 원추형이 약 102곳, 분화구를 빙 두른 원형이 약 53곳, 두 가지 이상이 섞인 복합형이 약 39곳입니다. 말굽형이 많은 까닭은, 봉우리가 만들어진 뒤 그 아래로 용암이 흘러 나가면서 한쪽 벽이 무너진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오름에 오르기 전 지도로 형태를 미리 확인하면, ‘저 트인 방향이 옛 용암이 흘러간 길’이라는 식으로 풍경을 훨씬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초보자에게 권하는 첫 오름
처음이라면 정상까지 오래 걸리지 않고 경사가 완만한 오름부터 밟는 것이 좋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아부오름과 새별오름입니다.
아부오름은 초보 입문에 가장 자주 추천되는 오름입니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대략 5~10분이면 오를 만큼 경사가 순하고, 정상에 서면 둥근 굼부리를 따라 한 바퀴 도는 둘레길(15분 남짓)이 이어집니다. 굼부리 안쪽에 둥그렇게 자란 삼나무 숲이 이 오름의 상징입니다.
새별오름은 해발 519.3m로, 정상까지 30분 안팎이 걸립니다. 아부오름보다 살짝 가파르지만 여전히 초보 범위이며, 정상에서는 제주 서쪽 바다와 비양도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반면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 다랑쉬오름은 정상까지 40분가량 급경사를 올라야 해, 첫 오름으로는 무리일 수 있습니다. 몇 곳을 다녀 본 뒤 도전하는 편을 권합니다.
오르기 전에 챙길 것
오름은 대체로 짧은 코스지만, 흙길과 야자매트, 나무 계단이 섞여 있어 미끄럼 방지가 되는 운동화가 필요합니다. 그늘이 적은 능선이 많으니 모자와 물, 여름철에는 자외선 대비를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한 가지 더, 일부 오름은 훼손을 막기 위해 몇 해 동안 출입을 막는 ‘자연휴식년제’ 대상이 되기도 하고 계절·시간에 따라 통제가 걸리기도 합니다. 개방 여부와 주차 정보는 방문 전 비짓제주 같은 공식 정보에서 다시 확인하는 것을 권합니다. 정보는 발행 시점 기준이라 현장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오름은 정복해야 할 산이라기보다, 제주라는 화산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발밑으로 읽는 작은 교실에 가깝습니다. 첫 오름을 아부오름이나 새별오름으로 가볍게 시작해 보면, 다음 제주 여행의 결이 조금 달라질 것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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